제가 개인적으로 국내, 해외 가리지 않고 많은 관련 자료를 참고하며 공부했고 10년 가까이 레스토랑들에서 실제 근무하면서 얻은 핵심들을 정리했으니 꼼꼼하게 읽어보길 권장해 드립니다.이 글 한 개만 읽어도 여러분들은 많은 책을 읽고 다양한 레스토랑에서 근무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메뉴 개발법
메뉴 개발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늘 하는 고민은 '과연 특별함이란 무엇일까?'였다. 흔하게 사용되는 육회, 많이들 사용하는 잡채, 흔한 솥 밥인데 어떻게 특색을 주고 컨셉과 연결하며 독창적인 느낌을 손님에게 줄 것일까였다. 다음 문구가 바로 내가 고민해 왔던 것에 대한 대답이 되었다.
"전적인 모방은 실패에 이르는 길이고 지나친 창의성은 퇴짜를 맞는다면, 해결책은 그 양극단을 모두 피하는 것이다.
즉, 익숙한 것에 참신한 요소를 살짝 가미해 변화를 주는 것이다." by론 프리드먼
과거 에디 톨로 지라는 책에서 감명 깊게 읽었던 내용과 맥락이 같은데 에디 톨로 자기의 핵심 내용은 이제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정도의 진정한 새로움은 없고 기존의 정보들을 자신만의 색깔로 편집해 내 사용자가 색다른 새로움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중요한 역량이라는 점이었다.
요리 차별화 전략, 나만의 요리
오늘 다뤄볼 내용이 바로 요리 차별화 전략이다. 성공한 요리를 분석하고 각 요소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조합하여 의외성을 부여하고 '최적의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전략 말이다.
실제로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면서 비슷한 장르의 음식점들을 돌아다니며 일을 배우다 보면, 언젠가 한 번씩 문득 드는 회의감이 있다. 새로운 업장에 갔을 때, 경력이 얼마 없을 때는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어 배우는 것이 너무나 흥미로웠다면, 경력이 쌓이면서 다른 업장을 갔을 때는 해왔던 업무의 반복이 대부분이지, 특별히 새롭고 낯선 업무는 없다. 여기서 새로움이 곧 배움이라 여겨버리는 사람의 경우, 더 이상 배움이 없다고 느껴 회의를 느끼는 요리사들이 많다.
한정식을 예로 들자면, 코스의 구성은 전-냉채-잡채-튀김-전골-반상 순이고 프렌치는 아페리티프 플래시 팔, 프로 마주, 디저트, 디제스티프 순서, 최고급식당은 아뮤즈 부시, 콜드 애피타이저, 뜨거운 애피타이저, 물고기, 메인, 인터메조, 디저트, 바쁘디 포, 커피나 차 같은 구성을 가지고 있다. 실제 나 같은 경우에도 한식 단품 요리, 한정식, 한식 최고급식당, 한식 양식 퓨전 음식점 들을 경험했는데 이전에 했던 갈비찜, 수육, 전골, 냉채 등이 한식 단품 요리와 한정식에서 중복되는 것이 많다 보니 새로움을 위해 한식 최고급식당이나 퓨전 영역으로 근무지를 변경해서 업무를 했었다.
더 수준이 높은 곳, 더 유명한 곳에서 일해보고 싶어 환상을 갖고 지원하고 일해봤지만,그 공간에 속해서 일을 해보면 물론 그들만의 특별함 역시 있었지만,더 비중이 크게 느껴졌던 것은 여전히 익숙한 업무의 연속이란 점이었다. 나 역시 회의를 느껴 관두고 현실적으로 조금 더 도움이 될 만한 공간으로 이직했지만 내가 책임자를 맡으며 일을 하고 공부하면서 개인적으로 깨달은 점은 이러한 새로움만을 추구하는 것이 오히려 모순적이고, 반복되는 업무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어차피 겪을 수밖에 없는 당연한 과정이고 오히려 나만의 새로움을 만들기 위한 단단한 익숙함의 토대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이었다.
1. 익숙한 맛의 중요성
앞서 다뤘듯이 우리가 무언가를 먹고 '맛있다'라고 느끼는 것은 단순히 6가지 맛만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맛, 향, 텍스쳐, 문화와 환경(입맛) 등이 종합적으로 상호작용해서 나온 최종 평가다. 이때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문화와 환경, 즉 입맛이고 또 다른 표현으로는 익숙한 맛이다. 익숙한 맛이 무서운 맛이라고 실제로 익숙함은 과거 인류가 자연 독에 피해를 보는 일이 잦았던 과거로부터 익숙한 음식이 주는 편안한 감정은 인간의 유전자에 매우 특별하게 각인되어 있다. 익숙한 음식은 놀랍지는 않아도 편안하고 맛있다. 느끼한 음식을 먹다 보면 결국 김치를 찾고 있는 우리를 보자. 외국에 나가면 한식을 찾고 며칠 느끼한 걸 먹으면 라면이나 김치찌개를 찾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 우리는 익숙한 맛의 강력한 힘을 알 수 있다. 맨 첫 구절처럼 어떤 의외성, 참신함을 부여할 때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은 치밀하게 쌓여 있는 익숙한 맛 토대이다.
2. 요리에 포인트를 주는 법, 독창적인 메뉴 개발법
우리가 부여 할 수 있는 의외성(참신함)은 맛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각, 청각, 후각 미각 등이 있다. 인테리어, 음악, 담음새, 분위기, 소리, 외관 등 외적인 것까지 모두 존재한다. 퇴근 시간 집으로 가는 골목길 푸짐하게 쌓여 있는 처벌된 프라이드치킨들, 비 오는 날 지글지글 전이 구워지는 소리, 점심시간에 주방 뒷문을 열고 맛있는 된장찌개 냄새를 솔솔 풍기는 음식점 모두 맛 외에의 의외성을 영업에 적용한 사례다. 낯선 타국의 요리가 원형 그대로 한국에 들어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익숙함을 베이스로 깔고 외국식자재의 의외성이 적절하게 받아들여진 사례다. 이때 의외성이 적절하면 맛있다 느끼지만 과할 경우 낯설게 느끼게 되고 찾지 않게 된다.
새로운 먹거리가 탄생하는 경로는 발명, 발견, 참고(시메사바에 다시마 식초 활용), 전파(마라탕), 접변(한국식 짜장면) 등이 있다. 요리 재료와 요리 방법 소스 식문화 그리고 다른 부가적인 요소들에서의 의외성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의외의 풍미, 의외의 식감, 의외의 환경 등이 의외성 부여 사례인데 하나하나 간단하게 살펴보려고 한다. 사실 참신함이라 표현하지만, 이미 조리의 영역에서는 많이 활용되는 사례들이다. 미림과 경주법주를 알코올을 날린 후에 사용해 참신한 풍미를 추가한다거나 이미 익숙한 비스크 소스 역시 처음에는 의외성이 부여된 사례였다. 양조간장과 붉은 포도주를 혼합하는 것, 버터에 다양한 재료를 섞어서 만드는 컴파운드 버터, 마요네즈에 다른 재료를 넣어서 특별한 마요네즈를 만들어내는 것 모두 의외성 부여 사례이다. 실제로 나는 매장에서 마요네즈에 치즈의 풍미 그리고 약간의 매콤한 맛과 새콤한 맛을 주는 산고 추지를 섞어서 산고 추 마요 소스를 사용하고 있다. 누군가는 요리의 킥이라고 느낄 수 있는 이 소스가 바로 의외의 풍미를 주는 사례였다. 또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 한식 레스토랑인데 일식의 생선 초절임 조리 기법을 사용했었다. 이때 이외의 풍미가 발생하는데 의외성이 과하지 않게 익숙한 재료들을 활용해 곁들여 먹게 했는데 (묵은지, 다시마 식초, 백 다시마) 훨씬 더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맛을 경험할 수 있었다.
식감에서의 의외성을 사례로 들자면 말토덱스트린으로 만드는 향미 파우더가 그 사례이다. 타피오카 말토덱스트린은 Zorbit 등급으로 이용하는 걸 추천한다. 말토덱스트린을 넣고 갈면서 소금간과 가루화하고 싶은 오일을 천천히 첨가하면 겉으로 보기에는 맛은 오일의 맛이지만 파우더의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참기름 파우더, 트러플 파우더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사이펀에 질소나 이산화탄소를 충전한 후 사용해 독특한 식감의 소스를 만드는 것 역시 참신한 식감을 부여하는 사례다.
맛 외적으로 줄 수 있는 독창성
의외의 환경이란 기대 이상의 식당 환경을 이야기한다. 홀 직원 잠깐의 미소와 친절한 안내 말씀, 섬세하게 손님을 생각하는 흔적들,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 컨셉 등은 맛을 즐길 때 더 플러스 포인트가 되는 의외성이다. 실제로 이건 정말 꿀조언인데, 약간의 분위기를 중요시하는 손님들이 올법한 레스토랑에서는 별것 아니지만 간단한 기념일(생일, 1주년 등) 레터링, 폴라로이드 사진 촬영, 간단한 디저트 서비스 등이 아주 폭발적인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또 손님 서비스의 당연하지만 놓치기 쉬운 꿀조언 으로는, 항상 Ladies first, 장유유서, 아기가 있다면 아기 우선적 사고 (아기용 의자, 템포 업), 가족 중에 부모님이 오시면 부모님 우선 서비스, 데이트 시 여자 친구 우선적 서비스 등이 있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을 모시고 식사하는 공간에 왔을 때 , 그분들을 나보다 더 신경써드리는 직원의 모습을 보면 누가 만족하지 않을 수 있겠나?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조명을 간단하게 이야기해 보자면, 밝고 하얀 조명은 작업실이나 사무실에 어울린다. 푸른빛이 도는 차가운 온도의 조명은 심신을 불안하게 한다. 자율신경계를 둔화시켜 소화를 부진하게 만들고 배고픔을 잊게 한다. 반대로 따뜻한 온도의 주황색은 사람을 편안하게 하며 공복감을 일으키고 소화를 도와준다. 실제로 대형 마트나 백화점의 불만 접수 데스크에도 주황색 조명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조명은 사람의 감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사람과 음식이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온도는 해가 뜬 후 1~2시간이 지난 시점의 빛 온도고 이것이 바로 주황색이다. 인테리어의 마감재 역시 조명과 함께 컨트롤 해야 한다. 또 음식이 맛있게 하려면 펜던트 조명과 테이블 사이의 거리가 75~90cm는 되어야 한다. 펜던트 조명은 45도로 앉은 사람을 비추는데 얼굴이 예뻐 보이는 조명 각이기 때문이다. 조명에 심혈을 기울인다면 음식 맛집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진 맛집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우리 매장에서도 주황빛의 조도 조절할 수 있는 조명을 사용하고 있으며 점심에는 조금 더 밝게, 저녁에는 어둡게 조도를 조절하며 사용 중이다.
음악 역시 점심에는 조금 더 경쾌하게 저녁에는 조금 더 은은한 재즈 같은 노래를 틀어 분위기를 즐기기 좋게 환경 세팅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앞에서 다뤘듯이 고깃집에서 나는 고기 냄새, 카페에서 나는 향긋한 원두 향 등은 바로 적절하게 향을 자극해서 환경적 참신함을 부여한 사례가 된다.
2025.01.08 - [맛을 내는 기본] - 단맛,짠맛,신맛,쓴맛에 관한 정리<맛의 기술>
단맛,짠맛,신맛,쓴맛에 관한 정리<맛의 기술>
2부에서는 감칠맛뿐만이 아니라 다른 맛에 대해서 정리해 보려고 한다. 감칠맛은 단맛과 신맛, 쓴맛을 억제해 주고 짠맛을 더 강하게 느끼도록 해준다. 너무 달거나 시게 만든 요리를 감
chef4people.com
'맛을 내는 기본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기란 무엇인가? (0) | 2025.01.09 |
---|---|
맛있는 소스를 만드는 원리 (1) | 2025.01.09 |
소금, 짠맛에 관하여 2부 (3) | 2025.01.08 |
산미란 무엇인가? (2) | 2025.01.08 |
향이란 무엇일까? 향에 대한 정리 (1) | 2025.01.08 |